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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투쟁 by felidae

유태인이어서 여성이어서 학벌 때문에 차별받았다고 하면 어딘가에서 즉시 내 편이 되어줄 사람들이 나타나고 개인의 문제는 이내 사회적 투쟁이 될 것이다.
그러나 목소리가 비호감이라서 묘한 냄새가 나서 그냥 왠지 정이 안 가서 누군가에게 외면당할 때에는 내가 배제되는 진짜 이유를 상대방은 결코 말해 주지 않을 것이고 나는 창피한 개인 사정을 누군가에게 말할 수도 없을 것이다.
사회적으로 명확히 드러나는 차별이 해소될수록 개인간의 보이지 않는 배제와 차별은 더 늘어날 것이다. 큰 싸움이 끝나면 아름다운 세상이 오는 것이 아니라 셀 수 없이 많은 자잘한 싸움으로 대체되는 것 아닐까.
그러한 새 국면에서는 모든 이가 개인적인 능력과 매력만을 무기로 각자의 싸움을 해야 할 뿐 독재타도, 차별철폐 같은 거대담론의 시대처럼 동지를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매력의 시대에는 승자는 엄청나게 큰 승리를 거두고 패자는 영원히 패자이기 쉽다.



문화전쟁 by felidae

우직하고 약간은 답답해 보이는 공대생들을 예전에는 공돌이라고 부르곤 했다. 미팅에 나가서 여자가 알아듣지 못하는 과학이론을 주구장창 늘어놓다가 차이는 사연같은 것들이 공돌이라고 불리는 이들의 전형적 이미지였다. 하지만 공돌이라는 그 말은 그들을 꼭 비하한다기보다는 자기 세계 속에 사는 이의 순박함을 가볍게 놀리는 느낌이 강했던 것 같다. 한 가지를 깊게 파고들어가는 공대생의 외곬수 이미지는 실은 긍정적으로 볼 만한 것이기도 했다.

근래에는 반대로 수리와 과학에 약한 문과생들을 문송이라는 말로 조롱하는 분위기가 있다. 이것은 현실적으로 인문계 졸업생의 낮은 취업율이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기술적으로 고도화되어가는 시대 를 살면서도 적절한 지식을 갖추지 못하고 사회진출에도 어려움을 겪는 것이 요즘 문과생의 이미지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날로 위세를 더해가는 사회적 의제를 독점하고 확산시키며 그로써 영향력을 창출하는 이들이 대체로 누구인가 보면 주로 예술, 인문 계통의 인사들이다. SNS라는 도구를 통해 어젠다를 선점하고 여론을 주도하는 그들은 사회 변화의 선두에 선 선봉장과도 같다.

이 시대는 조금만 세상의 변화하는 방향에서 눈을 떼면 사소하게는 촌스러운 사람이 되고 심각하게는 공공의 적이 된다. 올바름과 그름, 적절함과 부적절함, 세련됨과 촌스러움을 가르는 경계가 수시로 새로 그어진다. 이것은 금 이 편에 누굴 들이고 누굴 금 밖으로 내칠 것인지를 정하는 것으로 테두리 밖으로 밀려나면 궁극적으로 야만인이라는 딱지가 붙는 문화전쟁이다.

미디어 특히 sns는 약점을 보인 사람을 저격하는 무기로 쓰이고 있다. 누군가는 자신의 신념이나 철학 또는 당대의 트렌드를 근거로 누군가를 공격한다. 그 결과 순진하거나 부주의했던 누군가는 평판이라는 것을 잃고 망신을 당한다. 전쟁터에 비유하면 저격수가 방심한 자에게 방아쇠를 겨누고 바보는 넋 놓은 사이에 총을 맞고 목숨을 잃는 것과 같다.

타인의 평판을 공격하는 전투가 일상이 된 건 소셜미디어라는 연기 안 나는 총이 나온 덕분 아닐까. 이 신무기를 유달리 능숙하게 다루는 이들이 대체로 누구인가 생각해보면 공돌이라는 단어로 불리우던 이들은 아니다. 페이스북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주도하는 건 언어라는 실탄을 든든히 갖춘 이들, 각종 사회적 이슈, 개념을 능숙하게 조작하는 이들이다. 물질과 기계만을 다루던 사람들에게는 낯선 감수성을 요하는 이 새로 등장한 전쟁터가 매우 위험한 곳일 수 있다.

공돌이라는 말이 그저 데이트하기 조금 따분한 사람이라는 이미지였던 시대는 차라리 살기 편한 때였다. 새로운 가치관, 새로운 도덕, 새로운 취향 등이 만들어지는 시대란 희생양을 잡기 위한 그물이 사방에 쳐져 있는 시기이기도 한데, 자신의 전문 분야에만 머물며 살아가는 순진한 사람들이 의외로 위험한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

페이스북에는 악의는 없었지만 한순간의 언행이 빌미가 되어 묻혀 버린 사람, sns라는 총을 남에게 쏘았다가 총알이 자신에게 되튀어 쓰러진 사람들이 행군 대열 뒤에 쓰러진 낙오자들처럼 길게 늘어서 있다.







발레하는 노인 by felidae

발레하는 노인을 소재로 한 웹툰으로  ‘나빌레라’라는 작품이 있다. 처음 연재되던 당시 몇 회 보다가 감성을 자극하려는 억지 설정같다는 성급한 느낌에 외면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다가 버려둔 책을 우연히 또 집어들 듯 그래도 뭔가 있지 않았을까 궁금한 마음으로 몇 년 만에 다시 찾아 읽어보았다.
덕출이라는 일흔 살 노인이 뒤늦게 오랜 꿈인 발레를 시작하면서 채록이라는 발레 선생 겸 동반자를 만나게 되고 점차 악화하는 치매에 맞서며 공연 준비를 해 나가지만 결국 공연 당일 증상이 심해져 무대에 오르지 못할 뻔한다. 그러나 채록이의 격려로 용기를 내어 결국 일생 처음이자 마지막 공연을 무사히 마친다. 이후 덕출 노인은 함께 발레 연습을 하던 채록이는 물론 자신이 한때 발레를 했다는 사실마저 잊는다. 그러나 노인의 삶에 감화된 채록은 훌륭한 무용수가 되어 ‘할아버지’를 잊지 않고 살아간다.
이 웹툰이 나온 이후부터일까 발레를 하는 노인이 종종 있다고 한다. 실제로 존재한 적 없는 덕출 노인에게서 각자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꿈을 발견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실 꼭 발레가 아니어도 상관은 없다. 서예, 등산, 그림이어도 좋고 그 무엇이면 어떤가. 덕출 노인이 꿈의 여정에서 실제로 발견한 보석은 발레 자체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함께 나눌 길동무였다. 그래서 기억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 채록이와 무사히 공연을 하고 무대에서 내려온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의 시절은 / 너를 만나 다행이고 / 우리를 만나 꿈만 같았다’ 라고.





반가운 야옹이 by felidae

예술의 전당에 사는 삼색이. 옛날에 몇 번 본 듯한데 오랜만에 만나 반가웠다.






정적 by felid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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