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의 호수
유니버설발레단 3.9(토)공연, 김채리-이승현

찬 바람이 불어올 즈음 마린스키의 내한공연으로 감상했던 백조의 호수가 올 봄 유니버설발레단의 새로운 안무로 다시 찾아왔다. 토요일 밤시간 공연의 주역 캐스팅은 김채리, 이승현으로 유니버설의 신예로 꼽히는 무용수들이다.
본 공연의 포스터 속 백조의 자태는 이 날 무대의 대단원을 암시하는 복선이기도 하다.
올해 유니버설이 선보인 백조의 호수 무대에는 위 사진처럼 무용수의 동선을 표시한 모눈이 그려져 있다. 리허설을 하고 난 후 실수로 지우지 못한 것 아닌가 하는 것이 커튼이 올라가고 무대가 처음 드러났을 때 받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수많은 발레리나의 복잡한 군무 동작이 모눈에서 잠시도 어긋남없이 기하학적 도형을 이루어가고 있음을 부각시켜 주었다.
발레리나 사이의 간격, 열과 열의 각도가 정확해야 하는 발레는 규율의 엄정함에서 군대의 부대행동을 닮았다. 특히 1막에서 왕자와 백조가 2인무를 추는 20여분간 수십마리의 백조가 좌우로 도열하여 모두 똑같은 동작을 위한 채 부동자세를 취하는 모습에서 군인의 얼차려를 떠올린 것은 단지 개인적인 경험 탓인가. 멀리에서 망원경으로 보니 등줄기에서 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그 순간의 고통은 멀리 떨어진 객석에서는 보이지 않으나 완전무결한 안무를 구성하기 위한 필수요소이다. 얼굴도 보이지 않는 수십마리 백조 속의 한 명이 되어, 자세를 전환하는 짧은 순간을 제외하고 마네킹같은 자세로 고통을 참는 무명의 발레리나들이 주역무용수보다 아름답다고 느껴진 것은 이 날이 처음이었다.
백조의 호수는 두가지 결말이 있는데, 하나는 백조가 절벽에서 뛰어내리고 왕자도 그 뒤를 따른다는 비극적 결말이고 해피엔딩은 왕자가 백조의 사랑의 힘으로 악마를 물리친다는 내용이다. 왕자가 악마의 날개를 북 뜯어내는 장면이 나오면 그 날의 무대는 해피엔딩이라는 것이 거의 공식이다. 이몽룡이 춘향에게 어사또 수청도 거절하겠느냐고 묻는 대목이 나오면 누구나 속으로 미소지으며 행복한 결말을 마음 속으로 준비하듯이.
그러나 이번 유니버설 버전에서는 반전이 있었다. 왕자는 악마와의 결투끝에 날개를 뜯어내 그를 처지하지만 왕자도 상처를 입어 숨을 거두고 만다. 백조는 바닥에 쓰러진 왕자 곁에 주저앉아 슬픔에 몸을 뒤로 젖히고 고통의 날개짓을 하며 커튼이 내려간다. 포스터 속 백조의 청조한 날개짓은 이야기의 결말을 미리 보여주고 있었다.
본 공연에서는 문훈숙 단장이 무대가 올라가기 전에 간략한 작품 설명을 해주었다. 등장인물들의 마임의 의미 등을 직접 동작을 하며 알려주었다. 그러한 점들을 기억해두고 감상하니 훨씬 내용 이해에 도움이 되었다. 작년 세종문화회관에서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공연할 때에도 수석무용수인 강예나 발레리나가 충분한 시간을 들여 사전 지식을 전해 주었다. 유니버설이 주최하는 공연의 좋은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공연은 화요일까지 예술의 전당에서 진행하고 3.29~30일에는 수원 공연 일정이 있다. 이 때에는 중국 출신 발레리나로 작년 잠자는 숲 속의 미녀 공연 당시 고양이의 춤을 앙증맞게 추었던 팡 멩잉(方 夢穎) 씨가 주역으로 등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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