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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지젤 by felidae







금년 5월에 이어 이달에 금년들어 두 번째 지젤 공연이 이루어지고 있다. 한 발레단이 같은 작품을 일 년에 두 번씩 무대에 올리는 일은 이례적이다. 발레 지젤이 그만큼 관객에게 사랑받는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이루어지지 않은 안타까운 사랑은 그 자체로 대중에게 어필하는 소재이다. 그러고보니 오네긴, 돈키호테, 백조의 호수 등 주요발레작품은 거의 대부분 사랑을 다루고 있다. 우연이라기엔..

1막은 왕자와 평민처녀가 사랑에 빠지고 이후 왕자의 신분이 드러나 둘의 관계가 깨어질 수밖에 없게 되자 처녀가 미쳐버리고 급기야 심장이 멎어 죽고 마는 내용이다. 급격히 비극으로 전환되는 후반부와 달리 두 사람의 사랑이 전개되는 전반부는 눈을 즐겁게 하는 젊은이들의 춤이 많아 재미있게 볼 만 하다. 그러나 애초 자신의 신분을 숨긴 왕자의 구애는 사랑이 비극으로 끝날 가능성을 잉태했다. 덧없는 사랑의 기쁨을 향유하려는 젊음의 춤이 곧 다가올 파국도 모른 채 계속 이어지는 것을 보는 일은 즐거움보다는 차라리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사랑에 배신당한 처녀들의 혼령이 남자들을 꾀어 지칠 때까지 춤을 추다 죽게 한다는 깊은 밤의 묘지가 2막의 배경이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요정, 혼령 등을 등장시켜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그려내는 것이 19세기 낭만발레의 특징이다. 발레 지젤이 지젤일 수 있는 것도 바로 2막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중요한 부분이다. 현실에서라면 사랑에 실패해 죽은 처녀의 이야기는 처녀의 죽음으로 끝나고 그 뒤는 없다. 그러나 지젤이 혼령이 되어서도 사랑하는 남자를 지켜낸다는 스토리가 몽환적인 여운을 남기며 발레 지젤에 긴 생명을 불어넣었다. 

개인적으로는 왕자의 신분을 탄로나게 해 지젤을 자기에게 오게 하려다 결과적으로 지젤을 죽게 만든 같은 마을 총각 힐라리온이 가장 가엾다고 생각한다. 그는 혼령의 주술에 걸려 죽어가는 순간에도 지젤에게 털끝만큼의 동정도 받지 못했다. 반면, 신분을 속이며 평민처녀를 건들어 보고 끝까지 책임지지도 못한 알브레히트 왕자는 끝까지 지젤의 사랑을 받았다. 사랑은 논리적으로 따지는 것이 아닐 것인데 이런 이야기가 무슨 소용인가. 사랑에 논리를 들이대는 건 거부당한 사람의 몫인 것을. 간단히 말해 지젤이 그래도 알브레히트 좋다는데 누가 말리나.

금일 캐스팅은 지젤역에 박슬기, 알브레히트 이영철, 힐라리온 송정빈씨였다. 주연에 가려 덜 주목받는 편이지만 2막의 여자혼령들의 우두머리인 미르타역을 맡은 발레리나도 카리스마 있고 멋있었다.